새소식수석 시네마틱 디자이너와 함께 오리지널 '검은 사원' 트레일러 돌아보기 공개

위즘
2022-01-20
조회수 8307

많은 게이머들이 기다리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불타는 성전 클래식의 '검은 사원' 출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오리지널 2.1 패치 검은 사원 트레일러를 제작한 수석 시네마틱 내러티브 디자이너 테란 그레고리와 함께 해당 영상을 회고하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약 8분 30초짜리 해당 영상에서는 당시 제작에서의 어려웠던 점과 함께 다양한 비하인드 내용을 담았습니다.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수석 시네마틱 내러티브 디자이너 테란 그레고리 ]


수석 시네마틱 내러티브 디자이너 테란 그레고리는 "워싱턴주 시골에서 단편 영화를 만들던 제가 어느 날 관객석에 앉아 관현악단이 제 작업물에 맞춰 라이브 공연을 하는 날이 오리라곤..."라 당시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어 "곧 출시되는 불타는 성전 클래식의 검은 사원을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아지노스의 쌍날검을 얻으실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라 전하였습니다.


[ 검은 사원 트레일러 돌아보기 ]


[ 오리지널 '검은 사원' 트레일러 ]



이 프레임 부분을 아주 자세히 보면 하단에 있는 아주 작은 지옥사냥개 한 마리가 길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밖으로 나와 군대를 따라가려고 하는데 막상 그러려니 영 긴장돼서 돌아서서 차원문을 지나 어디로든 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죠



2004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출시됐을 무렵 전 워싱턴주 시애틀에 살았습니다

그리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무진장 많이 했죠


저와 친구들은 영화 제작 실력을 살려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캐릭터와 길드의 역사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블리즈컨 영화 경연대회 출품작을 만들었죠 



결국에는 WoW 게임 플레이 트레일러를 제작하는 동영상 부서에 고용됐습니다

제 극초기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검은 사원이에요

검은 사원 트레일러는 참 실험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엔진을 활용해 시네마틱 콘텐츠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순식간에 기능의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곧 있으면 불타는 성전 클래식에 검은 사원이 출시되죠?

옛날을 돌아보고 소회를 풀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겠네요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이렇게 아카마에게 탈모가 찾아옵니다 ]


프로젝트에 착수할 때만 해도 오리지널 아카마 모델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차이를 보여주고 비교해 가면서 이게 같은 사람, 즉 아카마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복장을 좀 개조하기까지 했죠 

후드의 룬과 다른 몇몇 장식들이 이 인물이 누구인지 명료하게 드러낼 수 있게 말이에요

그리고 바로 과거로 전환됩니다



이제 카라보르 사원이 나오는데, 게임 빌드에 훼손되지 않은 온전한 카라보르가 없었기 때문에 몇 가지 비주얼 컴포지팅 기법을 활용하는 방안을 택했습니다

광원을 바꾸고, 환경 안개를 비활성화하고, 레이어를 잡았죠

같은 장소가 이렇게나 다른 인상을 주는 게 놀랍기만 합니다


"예배실에서 기도를 드리고, 정원을 거닐며 명상을 했었지"



트레일러를 처음 구상할 때 저희는 이 캐릭터, 이 드레나이 아이를 통해 아카마의 감정을 전달하려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카마가 좋았던 시절의 사원에서 아이를 맞이하게 했죠

이 캐릭터에겐 코라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여기엔 "심장"이란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아카마의 심장인 셈이지요



"난 오크들이 쳐들어왔던 날도 기억하고 있다"


이어서 공격 장면이 전개됩니다

이때 촬영된 장면 대부분은 플레이어 캐릭터로 진행됐습니다

커스텀 애니메이션이 없었거든요

기존에 존재하던 게임 애니메이션으로만 작업했어요

어떤 의미로는 거의 모든 장면을 연기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롤플레잉처럼 말이에요

캐릭터들이 함께 움직이면서 우리 신호를 따라 이동하고, 감정 표현을 하고 완급을 늦췄다가, 앞당기기도 하고 말이죠



"오크 흑마법사들은 타락한 마법을 훈련하여 땅을 더럽히고..."


여기서 잠깐 멈춰 보죠 

모두가 본 이 장면은 사실 역재생의 결과물입니다



그땐 다수의 캐릭터가 완벽하게 합을 맞춰 주문을 사용하도록 제어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계를 극복할 방법으로 전부 정신 집중 주문을 사용하게 했죠

오리지널 카메라는 위에서 궤도를 형성하며 내려가는 구도를 잡았고 어느 한 시점에 주문을 시전해서 모든 주문 시전을 취소했습니다

그러자 여섯 캐릭터 모두가 동시에 주문 시전을 멈추는 모습이 나왔죠

상상 이상으로 잘 나온 장면이에요


"...우리 모두를 거의 괴멸시켰다"

"이러지 마십시오, 굴단이여!"

"어둠의 주인님이 지니신 거부할 수 없는 힘을 직접 확인하라!"

"우린 모두 파멸할 것입니다!"



굴단은 따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아직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등장하지 않은 시점이었거든요


"호드의 무자비한 마법으로 이미 이 세상이 찢겨진 뒤였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안식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 이 장면은 볼 때마다 영 마음이 편치 않아요

제가 말하는 순간 여러분도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

아니, 발이 둥둥 떠 있잖아요

다리 판자 위로 몇 인치 떨어져 있어요



게임을 플레이할 땐 알기 어려운데 딱 다리 표면에 카메라를 놓으니까

이런! 발굽이 살짝 떠 있는 거 있죠



소녀가 꽃다발을 들고 와서 웃는데

아카마가 반응하지 않는 순간, 기분이 가라앉아 버려요

어떻게 보면 페이드 아웃과 동시에 그냥 다음 장면으로 전환되는 게 아니라 소녀의 존재가 사라지는 대목인 거죠


"그리고 일리단이 온 것이다"



두둥. 자, 여기서 일시 정지

일리단과 검은 사원에 관한 트레일러인데

정작 중반부까지 일리단을 안 보여주는 트레일러가 있다?

음, 일단 얼마나 깊은 역사가 있는 장소인지 보여줬죠

검은 사원은 처음부터 일리단의 사악한 은신처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장소였습니다

대단히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장소이고 그 역사 대부분이 건설자인 드레나이를 중심으로 하고 있죠



"세상은 그를 배신자라 불렀다"


이 장면을 구성할 때가 기억나네요

얼마나 까다로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온갖 레이어와 캐릭터에 이펙트가 겹쳐진 데다,날개에, 투명도에, 그림자까지 신경 써야 했어요

근데 이렇다할 고급 툴이 없었죠

그래서 실제로 모니터에 셀로판지를 붙이고 일리단이 있는 위치에 대략적인 윤곽선을 그렸어요

시작 지점과 종료 지점을 파악한 거죠



나중에 다시 장면 프레임에서 캘타스를 삽입할 수 있도록 그리고 또 바쉬를 넣고, 다시 주변 환경 요소를 넣고 캐릭터를 넣고, 모든 게 잘 어우러지길 기도했죠

정말 그렇게 됐고요



이때 아카마는 잠시 불건전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됩니다

쏟아져 나오는 악마들을 잡기 위해 말이죠

사실 이 악마들은 저희 팀원이 하나씩 촬영한 겁니다

또 하나 알 수 있는 건 하단에 있는 아주 작은 지옥사냥개 한 마리가 길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밖으로 나와 군대를 따라가려고 하는데 막상 그러려니 영 긴장돼서 돌아서서 차원문을 지나 어디로든 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죠



"우리는 일리단을 도와 아웃랜드의 차원문들을 봉인하고..."


이 순간이 바로 워크래프트 III의 장면을 재현한 부분입니다

여러분도 일리단과 캘타스를 조종해 저 차원문을 닫았죠

여러분은 분주히 뛰어다니며 차원문을 막고 악마들의 유입을 막았습니다



"이미 그때 마음속으로는 검은 사원의 주인이 단지 바뀌기만 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끔찍하게 변해버린 모습이 아닌 지난날의 모습으로 그 사원을 기억하고 싶다"



여기서 다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으며, 또 어떻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지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죠

마지막 단추를 채우는 이 최종 장면은 그저 복도를 따라 걷는 게 아니라 디졸브와 전진을 반복하면서 아카마가 이 복도를 한 번만 걸은 게 아닌 감상을 준다고 생각해요

아카마는 이 복도를 900번은 걸었을 겁니다

검은 사원에서 수없이, 아득한 세월을 보내며 끓어오르는 속을 참고 다스리면서 움직일 기회만을 호시탐탐 기다려왔겠죠 그리고 종국에는 그 순간이 옵니다

결말 부분의 멋진 반전인 셈이죠



"나는 기다려왔다"

"때가 오면, 그 배신자도 역시 배신당할 것이다"



검은 사원 트레일러는 여러 의미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 내 시네마틱의 변곡점입니다

군단 당시 세계를 찌르던 살게라스부터 계보를 거슬러 올라간다고 치면 아주 뚜렷한 선이 하나 나타날 겁니다

그 흐름을 타고 올라가다 보면 리치 왕의 분노, 분노의 관문이 나오고, 검은 사원 트레일러까지 이어지죠

그리고 그보다 훨씬 전에는 차근차근 배워 나가며 어떤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고, 무엇이 우릴 들뜨게 하는지 알아보고 늘 다음 작품을 만들 날을 기대하는 우리가 있고요



짜릿했던 경험을 하나 꼽아보자면 블리즈컨 2007이 되겠네요

비디오 게임 라이브 공연이 있었죠

바로 그 라이브 관현악 공연에서 검은 사원 트레일러를 연주하더라고요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워싱턴주 시골에서 단편 영화를 만들던 제가 어느 날 관객석에 앉아 관현악단이 제 작업물에 맞춰 라이브 공연을 하는 날이 오리라곤...


"난 지난날 사원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신성한 예배를 드리던 곳이었다"



멋진 추억 여행이었어요

오늘 저와 함께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출시되는 불타는 성전 클래식의 검은 사원을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아지노스의 쌍날검을 얻으실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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